작업노트
나의 작업은 본다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무언가를 보는, 즉 물리적으로 대상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눈의 운동(좌에서 우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신경학적으로 좁은 시야, 즉 대상을 보는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서 대상의 일부를 볼 수가 없다.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쪽을 보이는 이미지의 대칭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이러한 습관은 내가 대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자, 작업을 하는 고유의 방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올리버 색스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는 신경학적 증세들을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 중 편측 무관심 증상을 보이는 여성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왼쪽을 감지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회전시켜 시야 안에 원하는 대상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고, 더 나아가 회전하는 휠체어를 제작해 완벽하게 대상을 인지하고자 했던 노력을 묘사했다.
이와 유사한 증상을 지닌 나에게 이야기 속 그녀의 행동은 하나의 이미지를 온전히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켰고, 반복된 회전과 이미지의 대칭성을 통한 완전한 세계의 인식은 시리즈의 개념적 출발점이 되었다.
신체적 제약과 그로 인한 사물의 인지 방식은 작품에서 이미지의 대칭과 회전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각 이미지들 마다 대칭과 회전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을 심어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전은 대상을 완벽한 대칭에 이르게 만들어 준다. 어떤 형상을 가진 오브제든지 간에 그것은 스스로 회전하는 운동성을 갖게 될 때, 본연의 형상을 잃고 굴곡만 남은 큰 덩어리의 모습이 된다. 마치 물레위에서 회전하며 형태를 갖춰 가는 흙덩어리처럼 말이다.
작업에서 완벽한 대칭을 위해 목탄으로 계속 쌓아 올린 선들은 더욱 검고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대칭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결국 종이 위의 이미지들은 마치 불에 타버린 오브제들처럼
더욱 까만 덩어리가 되어 화면 속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레 같은 특별한 도구의 도움 없이 손으로 완벽한 대칭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3D작업이 아닌 평면 작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 균형이 맞지 않는 제한된 시야는 대칭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된 조건 안에서 수많은 시도를 거쳐 완성한 이미지들은 나름의 대칭성을 지니고 있다. 완벽하지 못한 대칭을 마치 만회라도 하기 위해 그어 나간 패턴들은 비대칭성을 숨기며 다른 곳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화면 안에 장식적인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검고 묵직한 덩어리들은
마치 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듯이 태연하게 좌대 위에 자리를 잡는다.
Artist Statement
My work beings with the act of seeing. To see something, that is, to physically perceive an object, requires physical eye movement (movement from left to right). However, I have a limited neurologically narrow field of view; i.e. seeing the object, so I cannot see parts of the object. I have a physiological condition that limits my field of view. This condition gives me a unique perspective – considering the invisible side of an object as the symmetry of the visible side.
In Oliver Sacks’ book,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and Other Clinical Tales (1985), contains stories of neurological conditions. Among them is a story, “Eyes Right” describing a woman who has hemispatial neglect. She could not process stimuli on the left side of her body. To detect her invisible left side, she needed to rotate her entire body to the left to bring the stimuli into her right side. The woman’s condition, and my own, remind me of the challenge of observing an image completely.
This art series, “Spinning Objects”, is in recognition of the perfect world through repeated rotation and symmetry. It is a conceptual starting point that embraces the physical and neurological constraints and shares my unique perspective of recognizing objects through this symmetry and rotation.
Symmetry is achieved through continuously stacking lines to create a darker and stronger image. However, despite these attempts, it is virtually impossible to create a perfectly symmetrical image without any error, and in the end, the images on paper become blacker like objects that have been burned, revealing their presence.
Rotation brings the object to perfect symmetry. No matter what shape an object has, when it has self-rotating mobility, it loses its original shape and becomes a large mass with only a curved shape. It’s like a lump of clay spinning and taking shape on a pottery wheel.
It is not easy to create perfect symmetry by hand without the help of special tools such as a pottery wheel. This is especially true for flat work that is not three-dimensional. My own limited field of view plays a factor making it more difficult to create a perfectly symmetrical image. However, the images completed through numerous attempts within these limited conditions have their own symmetry. The patterns drawn to make up for imperfect symmetry become decorative elements in the paper mask the asymmetry. And the black and heavy masses completed in this way calmly sit on the pedestal as if they were perfectly symmetrical.
나의 작업은 본다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무언가를 보는, 즉 물리적으로 대상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눈의 운동(좌에서 우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신경학적으로 좁은 시야, 즉 대상을 보는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서 대상의 일부를 볼 수가 없다.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쪽을 보이는 이미지의 대칭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이러한 습관은 내가 대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자, 작업을 하는 고유의 방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올리버 색스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는 신경학적 증세들을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 중 편측 무관심 증상을 보이는 여성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왼쪽을 감지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회전시켜 시야 안에 원하는 대상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고, 더 나아가 회전하는 휠체어를 제작해 완벽하게 대상을 인지하고자 했던 노력을 묘사했다.
이와 유사한 증상을 지닌 나에게 이야기 속 그녀의 행동은 하나의 이미지를 온전히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켰고, 반복된 회전과 이미지의 대칭성을 통한 완전한 세계의 인식은 시리즈의 개념적 출발점이 되었다.
신체적 제약과 그로 인한 사물의 인지 방식은 작품에서 이미지의 대칭과 회전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각 이미지들 마다 대칭과 회전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을 심어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전은 대상을 완벽한 대칭에 이르게 만들어 준다. 어떤 형상을 가진 오브제든지 간에 그것은 스스로 회전하는 운동성을 갖게 될 때, 본연의 형상을 잃고 굴곡만 남은 큰 덩어리의 모습이 된다. 마치 물레위에서 회전하며 형태를 갖춰 가는 흙덩어리처럼 말이다.
작업에서 완벽한 대칭을 위해 목탄으로 계속 쌓아 올린 선들은 더욱 검고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대칭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결국 종이 위의 이미지들은 마치 불에 타버린 오브제들처럼
더욱 까만 덩어리가 되어 화면 속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레 같은 특별한 도구의 도움 없이 손으로 완벽한 대칭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3D작업이 아닌 평면 작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 균형이 맞지 않는 제한된 시야는 대칭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된 조건 안에서 수많은 시도를 거쳐 완성한 이미지들은 나름의 대칭성을 지니고 있다. 완벽하지 못한 대칭을 마치 만회라도 하기 위해 그어 나간 패턴들은 비대칭성을 숨기며 다른 곳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화면 안에 장식적인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검고 묵직한 덩어리들은
마치 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듯이 태연하게 좌대 위에 자리를 잡는다.
Artist Statement
My work beings with the act of seeing. To see something, that is, to physically perceive an object, requires physical eye movement (movement from left to right). However, I have a limited neurologically narrow field of view; i.e. seeing the object, so I cannot see parts of the object. I have a physiological condition that limits my field of view. This condition gives me a unique perspective – considering the invisible side of an object as the symmetry of the visible side.
In Oliver Sacks’ book,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and Other Clinical Tales (1985), contains stories of neurological conditions. Among them is a story, “Eyes Right” describing a woman who has hemispatial neglect. She could not process stimuli on the left side of her body. To detect her invisible left side, she needed to rotate her entire body to the left to bring the stimuli into her right side. The woman’s condition, and my own, remind me of the challenge of observing an image completely.
This art series, “Spinning Objects”, is in recognition of the perfect world through repeated rotation and symmetry. It is a conceptual starting point that embraces the physical and neurological constraints and shares my unique perspective of recognizing objects through this symmetry and rotation.
Symmetry is achieved through continuously stacking lines to create a darker and stronger image. However, despite these attempts, it is virtually impossible to create a perfectly symmetrical image without any error, and in the end, the images on paper become blacker like objects that have been burned, revealing their presence.
Rotation brings the object to perfect symmetry. No matter what shape an object has, when it has self-rotating mobility, it loses its original shape and becomes a large mass with only a curved shape. It’s like a lump of clay spinning and taking shape on a pottery wheel.
It is not easy to create perfect symmetry by hand without the help of special tools such as a pottery wheel. This is especially true for flat work that is not three-dimensional. My own limited field of view plays a factor making it more difficult to create a perfectly symmetrical image. However, the images completed through numerous attempts within these limited conditions have their own symmetry. The patterns drawn to make up for imperfect symmetry become decorative elements in the paper mask the asymmetry. And the black and heavy masses completed in this way calmly sit on the pedestal as if they were perfectly symmetrical.